DBS 동아방송(Dong-A Broadcasting System)

버려지고 잊혀진 존재에 '과학'을 입히다
-쾌적한 도시 위한 전문가들의 오기…'인천환경공단 연구개발팀'

다소 낯선 냄새가 코를 자극하는 인천 연수구 승기하수처리장 안쪽에 인천환경공단(이사장 박정남)이 있다. 환경과 시민을 위해 '과학'을 다루고 고민하는 사람들도 이곳에 있다.

쓰레기가 모아져 어디론가 실려 가고 집과 사무실, 공장에서 우리가 쓴 물도 흘러간다. 우리의 기억에서 지워진 존재들은 그러나 그냥 사라지기보다 아니라 새로운 역사를 거친다. 과학을 담은 사람의 손길이 닿아 새롭게 변신하거나 본래에 가까운 모습을 되찾는다.

'우리가 다루는 대상이 대부분 찌꺼기라고 표현할 수 있는 것들이고 혐오시설이라는 꼬리표가 붙은 것처럼 중요하면서도 다소 민감한, 꼭 필요하지만 환영받지 못하는 형편이다. 그래서일까, 지역에서 수질 또는 냄새에 대한 이야기만 나와도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다. 승기하수처리장 주변에는 큰 공단이 있고 유수지도 있는데 조금만 이상한 냄새가 났다하면 하수처리장이 지목된다. 억울하기도 하지만 이내 ‘돌아선 민심’을 돌이키고픈 오기가 발동한다'는 환경연구개발팀 김기형 팀장의 말이다.

인천환경공단은 지난 2007년 2월 공식 출범한 이래 가좌·승기·운북·강화·공촌 등의 하수처리장과 율도·송림 위생처리장, 청라소각·음식물폐기물자원화시설 등의 통합운영을 맡고 있다. 각종 오폐수, 분뇨, 생활쓰레기와 음식물쓰레기가 이곳들을 거친다. 하수고도처리, 폐기물, 공정개선, 악취, 수실분야 등 모두 6명의 전문가들로 구성된 환경연구개발팀은 오염물질과 원인의 내용, 모양, 색깔, 냄새가 모두 바뀌는 과정에 관여한다.

인천지역환경기술개발센터에 이어 인천발전연구원, 한국수자원공사를 거친 김 팀장은 누구보다 인천의 도시환경과 시민의 욕구를 잘 알고 있다. 이러한 김 팀장을 비롯한 팀원들은 긴장 속에 항상 시설이 움직이는 과정에서 결과물이나 현상을 꼼꼼히 분석하고 평가한다. 이들의 수고로 차곡차곡 쌓인 자료와 경험은 대처방식이나 개선결과로 이어지고 처리효율은 높게, 비용과 시간은 적게 만든다.

'침대는 과학'이라는 어느 TV광고처럼 완벽한 뒤처리뿐만 아니라 또 다른 활용가치는 없는지, 폭넓게 적용될 첨단 환경기술 개발에 접목될 여지는 없는지 세심하게 다뤄진다. 인간의 생존을 위해 그리고 그 과정에서 만들어진 부산물이나 폐기물들이 아무도 모르게 조용히 처리되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다.

시민들은 겉으로 보는 시설이나 당장 느껴지는 냄새, 색깔만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지만 끊임없는 연구 노력으로 생활환경의 상당부분이 개선되고 시민세금을 아끼는 것뿐만 아니라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조하고 있다.

환경연구개발팀을 중심으로 공단은 지난해까지 6건의 출원을 신청, 1건이 등록됐다. 올 초에도 1건을 추가로 등록했다. '침전지의 스컴 배출장치'와 '하수 슬러지 응집 및 탈수방법 및 그 장치'가 바로 그것이다. 새로운 공법과 장치 그 자체가 소중한 결과물이지만 지적재산권과 관련된 특허는 유형·무형의 시민자산인 셈이다.

공단은 그간 (주)효성엔바이로, 인천전문대학, 이양화학(주)와 협력적 네트워크를 이뤄 다양한 분야의 기술정보 교류와 공동연구를 추진해왔다. 지난해 신기술개발을 위한 업무협약 체결 이후 이양화학과의 노력으로 탄생한 '하수 슬러지의 응집 및 탈수방법 및 그 장치'는 하수슬러지 감량화가 강화되는 시점에서 함수율을 저감하기 위한 신기술로 응집제 사용량을 약 15% 절감하고 탈수효율을 크게 향상시킬 것으로 기대된다.

이밖에도 공단은 하수처리수의 재이용 활성화 방안, 신정부 환경정책과 기후변화 대책, 공공하수처리시설 효율성 제고방안, 하수슬러지 감량 및 자원화 등 대외 환경연구 활동에 두루 참여함으로써 공공성을 강화해왔다. 시정 연구개발기관인 인천발전연구원과는 처음으로 '인천시 물재이용 증대방안 공동연구'를 진행할 예정이다.

이들은 앞으로 신재생에너지 개발과 활용에도 팔을 걷고 나설 참이다. 하수처리장의 최종 방류수로는 수차발전을, 공정상 발생하는 메탄가스는 연료로 활용할 수 있다. 또 소각장 폐열로는 전기발전이나 지역난방이 가능하다. 음식물쓰레기는 퇴비나 사료로 재활용된다. 이 가운데는 이미 어느 정도 정착된 시스템도 있고 초기단계인 경우도 있다. 정책적 관심과 지원이 필요한 대목이다.

이제 이들의 역할은 더욱 커 보인다. 가깝게 다가온 도시축전과 2014년 인천아시아경기대회 등 굵직한 국제행사는 물론이고 인천경제자유구역과 다양한 도심재생사업 등으로 인천을 알릴 일이 많고 찾을 사람 또한 많은 상황에서 빛나는 '환경 과학', '쾌적한 도시'를 구축해야 하는 임무가 주어졌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인천환경공단 노현구 실장은 '시설의 안정적인 운영은 물론 철저한 수질과 악취관리 대책, 신재생에너지 개발 및 활용 등 쾌적한 도시공간 창조에 대해 인천시의 다른 어느 부서 못지않게 큰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며 '공단은 앞으로도 연구기술개발 역량강화를 통해 선진적인 환경전문공기업이 되도록 연구에 더욱 매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인천환경공단은 혐오 기피시설이라는 인상을 씻고 시민친화시설, 첨단환경기술시설로 자리매김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해왔다. 시설을 시민에게 개방, 언제든 찾아와 처리공정을 살필 수 있게 했다. 아울러 각종 편의시설을 확충하고 아기자기한 체육시설과 녹지대 등으로 공원처럼 꾸며 쉼터이자 교육과 놀이장소로 탈바꿈시켰다. 모두 과학적 자신감이 받쳐준 결과다.

인천/이인숙기자 allthetime@dbstv.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