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부터 늦은 밤까지 눈코 뜰 사이 없는 바쁜 입시 준비의 와중에서 고3학생이 전업 작가 못지 않은 탄탄한 필력으로 수준 높은 인도 기행기를 출간해 화제가 되어 있다.
화제의 인물은 풍암고 3학년에 재학 중인 추훈민(18세) 양으로, 훈민양은 13살에 엄마와 함께 인도로 떠나 세계 각국에서 온 아이들과 지지고 볶으며 함께 부대끼면서 생활했던 2년간의 삶의 기록을 틈틈이 준비해 오다 이번에 책으로 발간했다.
무엇이든지 즐기면서 배우라는 넉넉하고 따뜻한 아버지와 여권과 배낭만 있으면 세상 못 갈 데 없다는 배짱 좋은 어머니 덕분에 어릴 때부터 여행을 많이 다녔던 훈민양은 ‘글쓰기야말로 자신과 타인의 삶을 사유하고 성찰하는 데 가장 좋은 무기’라면서 ‘언어도 문화도 낯설었던 인도에서 무사히 격정의 사춘기를 지낼 수 있었던 것은 나만의 내밀한 일기 쓰기가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말했다.
인도에 다녀온 뒤, 인도를 여행하거나 체류했던 사람들의 여행기를 읽어 보는 기회는 있었지만 자신이 직접 쓰려는 용기는 없었다고 한다.
기존에 나와 있던 인도에 다녀온 여행기를 접하면서 나름대로 괜찮은 여행기도 있었고 ‘어마어마하게 크고 무지막지하게 다양한 인도를 자기 손바닥만한 크기로 줄여버린 볼품없는 기행기도 있었다’고 한다.
이런저런 종류의 여행기를 읽으면서 내심 훈민양은 ‘십대를 위한 인도 여행기’를 쓰고 싶다는 생각을 품었단다.
그래서 십대의 눈으로 본 명랑, 발칙, 쾌활한 인도 여행기를 쓰게 되었다. 이 책은 분명 기존 인도 기행기와는 차별화 된다. 그렇다고 해서 이 책을 가볍게 대해서는 안된다. 십대의 눈은 예리했고 생각의 폭도 녹록치 않아 읽는 내내 어른들에게 많은 생각거리와 과제를 던져 주고 있어 이 책의 가치가 더욱 도드라져 보인다.
500cc 중고 오토바이인 포데로사를 타고 아르헨티나 속살 깊숙이 여행하면서 <모터사이클 다이어리>를 썼던 체게바라 아저씨를 가장 존경한다는 겁 없이 당찬 열여덟살 훈민양.
2007년 여름 방학 때부터 본격적으로 책 발간을 위해 자료를 준비하고 글을 쓰는 동안 그녀는 정말 행복했다고 한다. 바쁜 학교 생활 속에서 공부도 하고 틈틈이 인도 기행기를 준비하면서 훌쩍 커 버린 훈민양. 훈민양은 입시 준비로 경황이 없는 가운데서도 ‘나를 키운 건 팔 할이 여행이었다’면서 엄마와 함께 인도의 속살 깊숙이 여기저기를 여행했던 그 시절을 생애 가장 행복한 순간이라고 말했다.
광주/류계석기자1638yks@dbs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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