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5월 30일(금)
 

이 단비가 우리들 마음속의 절망스러운 것들도 씻어 가 주기를 바란다


입력날짜 : 2009. 03.05. 19:01

긴 가믐끝에 비가 오고 있다. 그야말로 단비님이 오시고 있다.

오늘이 결혼식날이던, 장례식날이던 이 비가 틀림없이 주인공들의 덕으로 돌려질 수 있기도 한 그런 비다. 모두 입을 모아 '축복의 비요', '축복의 결혼식이요', '축복의 장례식(?)' 이라고 할 그런 비가 틀림없다.

이 비가 이렇게 일주일만 내려도 좋겠다.

강원도 어디에서는 물웅덩이에 물이 없어서 물고기가, 개구리가 말라 죽었다는 보도가 오늘 아침까지만도 메인 뉴스였다.

정말 '비가 올 때까지 기우제라도 지내야하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모두의 생각이었을 것이고 사실 남쪽 어느 지역에서는 기우제를 지낸 곳도 있다고 했고 비가 오게 해 달라고 새벽이 오기전 잠을 떨치고 일어나 간절한 마음으로 기도를 올린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하여튼 비를 기다린 것은 모두의 바람이었다.

오늘 아침부터 조금씩 내리기 시작하던 저 빗소리가 지금은 차도를 달리며 물소리를 길게 끌면서 시원함마저 느껴지게 한다. 이 비가 지나야 날이 풀리고 봄이 다가온다. 추위가 오기전 더위가 비로 씻겨 가고 더위가 오기 전 추위가 비로 씻겨 가는 그 자연의 원리 때문이다.

이 3월이 가면 4월이 우리에게 다가온다. 새싹이 나오고 노란 병아리가 알에서 나와 삐약거리는 그 눈부신 봄날이 온다. 긴 기다림의 깊이만큼, 긴 수난과 고통의 깊이만큼 반가운 4월이 엘리옷의 잔인함처럼 우리에게도 차라리 잔인한 기쁨으로 다가올 것이다.

그래서 날이 아직은 춥고 칙칙한 습기를 느껴지게 하지만 이 반가운 빗 소리가 비발디의 '봄"의 음악보다 더 아름답게 들리고 신선하게 느껴진다.

그러나 경제가 암울하고 그 밝은 끝이 보이지 않는 이즈음, 생활고를 비관하고 우울증에 걸린 한 비정한 어머니가 자신의 자식인 어린 오누이를 목졸라 죽였다는 오늘의 보도다.

생활고로 자식을 품에안고 고층 아파트에서 뛰어 내리고, 달리는 전철로 함께 몸을 던지고, 수면 주사를 놓아 목졸라 죽이는 이런 비정함들 앞에 정말 비참함과 참담함을 넘어 동정은 커녕 분노를 일으키게 한다.

아무리 냉정한 것 같아도 그렇게 냉정한 세상만도 아니다. 그렇게 섭섭한 세상만도 아니고 그렇게 절망할 세상만도 아니다.

구하려 들면 구할 수 있고 두드리면 열릴수도 있는 세상이다.

이 단비가 긴 겨울의 오물들과 함께 우리마음속의 절망스러운 것들도 모두 씻어 버리기를 바란다.

인천/이인숙기자 allthetime@dbstv.co.kr




<저작권자ⓒ DBS방송 Dong-A Broadcasting System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기사 목록     프린트 화면     메일로 보내기     뉴스 스크랩    


많이 본 기사 최신기사
방문자 카운터
어제118,495명
오늘7,747명
회사소개 | 이용약관 | 개인정보취급방침 | 고충처리인 | 사업제휴 | 기사제보 | 광고문의 | 고객센터    
대표전화 : 031)225 - 0890 | 기사제보: 031)225 - 0890 | 팩스: 031)225 -0870 | E-mail : csgnews@naver.com
제호 : DBS동아방송 | 발행처 : 동아방송주식회사 | 주소 : 16465 경기도 수원시 팔달구 매산로 130번길 12, 3층
등록번호 : 경기, 아52302 | 등록일 : 2006.12.13 | 발행인 : 박근출 | 편집인 : 박기출 | 청소년 보호책임자 : 추선우
본 사이트에 게재된 모든 기사의 판권은 동아방송(주)가 보유합니다. 동아방송(주)의 사전허가 없이는 기사와 사진의 무단 전재, 복사를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