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에는 지난 89년 분당 신도시를 시작으로 거의 매년 새로운 신도시가 양산되어 왔다. 이번에 발표된 동탄2지구 660만평까지 총 15개 5326만평으로 공급주택은 무려 87만호다. 4인 가족을 기준으로 하면 350만명에 이른다.
그 동안 신도시 건설은 무분별할 정도로 추진되어 수도권 일극체제를 심화시키고 지역간.계층간 양극화를 조장해 국가경쟁력을 약화시키는 원인이 되어 왔다.
신도시 건설은 수도권의 주택가격 안정을 위해 시작되었지만, 이제는 그 자체가 투기를 불러 주택가격 상승요인이 되고 있다.
신도시는 엄청난 보상비와 부동산 가치 상승으로 수도권 주민에게 막대한 경제적 혜택을 주는 반면, 농지가격 하락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농민에게는 상대적 박탈감을 안겨 지방의 인구이탈과 공동화를 가속화 시키고 있다.
이번 동탄2지구 신도시의 총 사업비는 14조원대로 토지보상비만 6조원에 이른다. 또 화성시의 공시지가는 2001년 이래 350%나 급등했다. 누군들 자신의 집값, 땅값이 오르는 곳에서 살고 싶지 않겠는가? 경제적인 선택을 한다면 지방의 인구는 수도권 신도시로 빠져나갈 수 밖에 없다.
수도권 인구는 1970년 전국의 28.3%에서 2005년 48.2%로 2.5배 이상 급증했고, 2030년이면 54.1%까지 계속 높아만 질 거라는 것이 통계청의 예측이다. 소위 살기 좋은 명품 신도시가 수도권 인구 집중을 부채질하고 있는 것이다.
수도권 신도시에 투입되는 막대한 국가재정으로 인해 지방의 시급한 SOC 투자가 지연되고 있는 것도 중대한 문제이다. 정부 방침이 복지예산은 늘리되 SOC 투자를 줄이고 있어 더욱 그러하다. 한정된 국가재정을 갖고 경제성을 잣대로 우선순위를 정한다면 낙후지역 SOC는 무한정 지연될 수밖에 없다.
실제 정부는 수도권 신도시 개발에 따른 교통난 해소를 위해 2020년까지 20개 노선, 552㎞에 33조원을 고속도로 건설에 투입할 계획이라 한다. 2006년 고속국도, 국도, 지방도 등을 망라한 전국 도로예산 15조7895억원 중 면적은 12%에 불과한 수도권은 4조2301억원으로 27%에 달한다. 국토 전체의 관점에서 본다면 분명 수도권 SOC 투자는 과잉되고 있다.
이에 반해 지방은 SOC 확충 지연에 따른 접근성 미비로 기업의 투자와 관광객 유치가 어려워 자생적 성장을 저해 받고 있다. 수도권에 신도시를 건설하고 대규모 SOC 예산을 쏟아 붓는 일이 반복되어서는 안 될 이유다.
아울러 수도권 신도시는 도농간 교육과 복지분야에서도 심각한 양극화를 초래하고 있다.
특히, 교육은 가장 극복하기 힘든 도농간 격차로 고착화되어 가고 있다. 신도시가 집중 건설되고 있는 경기도의 경우, 올해부터 2010년까지 전국에 신설될 493개의 초·중·고교 중 약 50%에 달하는 229개교가 들어설 계획이다.
지난 10년간 전남의 학교수는 149개나 줄었고, 농어촌 학교에는 교원 부족으로 과목별 담당교사 조차 배치되지 못하고 있는 것과는 사뭇 대조적이다.
복지분야의 격차도 이에 못지않다. 2007년 전남의 복지예산은 지방세 수입의 무려 96.2%에 이른다. 서울, 인천, 경기도가 각각 20.2%, 14.4%, 13.5%인 것에 비하면 실로 엄청난 격차이다.
전문의료기관과 문화시설 등 우수한 의료·복지 인프라의 수도권 집중 또한 현실이다. 한마디로 지방은 열악한 재정과 여건 속에서 감당하기 힘든 복지수요를 떠안고 있는 실정이다.
이처럼 수도권 신도시는 지방의 인구를 유출시키고 SOC 확충을 지연시키며 교육과 복지여건의 상대적 격차를 불러 지방의 생존을 위협하고 있다. 이제 신도시 건설과 같은 수도권 과밀화 정책은 재검토되어야 한다. 특정지역만 살찌우는 왜곡된 국가발전 모델은 마땅히 폐기되어야 한다.
수도권 주민들의 생활의 질을 위해서도 그렇다. 대부분이 미세먼지와 소음을 야기하는 고속도로를 끼고 살고 있고, 아무리 도로를 확장해도 교통체증에 시달릴뿐더러 생활비 증대에 따른 가계부담은 국가경쟁력까지 약화시키게 된다.
국토의 허리인 수도권의 비대는 불균형적인 신체와 다를 바 없다. 21세기 세계화 시대에 진정한 국가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국토 구석구석이 건강하고 튼튼한 체질을 갖추어야 한다.
균형 잡히고 힘 있는 국토로 거듭나야 세계를 주도할 수 있다. 수도권과 지방이 함께 성장해야 하는 이유가 바로 그것이다.
/박준영 전남도지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