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어느 때보다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20대 총선이 이제 막을 내렸다.
새누리당이 과반 의석 확보하는 데 실패한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예상을 뛰어넘는 선전을 펼쳤고, 국민의당도 광주를 중심으로 대약진하면서 원내교섭단체 구성에 성공했다. 제3당의 원내교섭단체 구성은 지난 15대 총선 이후 20년 만이다.
이제 '여소야대(與小野大)' 정국이 됐고 민심이 박근혜 정권의 민생·민주주의 후퇴에 심판을 내리게 되면서 조기 레임덕까지 피하기 어렵게 됐다.
정치권의 빅뱅은 시작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 새누리당은 패인을 놓고 내홍에 휩싸일 게 분명하다. 김무성 대표는 이미 사퇴 의사를 밝힌 만큼 그 시기가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 오는 7월 개최 예정인 전당대회도 앞당겨질 공산이 크다.
더불어민주당도 지도체제를 놓고 갑론을박이 예상된다. 문재인 전 대표와 친노(親盧) 진영이 전면에 나서기는 어려운 상황이고 보면 김종인 체제가 당분간 바뀌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국민의당도 7월 전당대회가 예정돼 있는데, 당권과 대권을 분리해 내년 대선을 준비할 것으로 예상된다.
어쨌든 이번 총선에 새누리당이 이처럼 참패하리라곤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으나 민심은 냉정했다. 집권당의 오만에 대한 심판이라고 보는데 무엇보다 공천 과정의 잘못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친박(親朴).진박(眞朴) 마케팅은 유권자들에게 실망과 함께 피로감을 안겨주었고, 특히 무소속 유승민 후보의 공천을 둘러싸고 보여준 갈등은 성난 민심에 불을 지폈다. 그 결과 새누리당의 텃밭이라고 할 수 있는 영남지역에서도 무소속 후보 등에게 의석을 대거 내주고 말았다. 자업자득이라고 할 수 있다.
야권도 선거 결과에 자족할 때가 아니다. 야권 분열로 민의가 제대로 반영되는 선거를 만들지 못했다는 점을 반성해야 마땅하다. 수도권 상당수 지역에서는 ‘아래로부터의 단일화’가 이뤄졌으나, 일부 지역에선 더민주와 국민의당으로 표가 분산되며 적잖은 사표(死票)가 발생했다. 더민주와 국민의당은 민의 왜곡을 막지 못한 책임을 져야 한다. 야권 분열이 내년 대선에서도 최대 쟁점이 될 가능성이 큰 까닭이다.
더민주는 서울에서 압도적 1위를 달리고 영남 등 기타 지역에서도 예상보다 선전했지만 ‘야당의 심장’인 호남에서는 국민의당에 참패했다. 왜 이러한 일이 벌어졌는지 돌아볼 일이다. 국민의당도 이른바 ‘녹색 바람’을 일으키며 약진했으나 ‘지역당’ 이라는 오명은 피하기 어렵게 됐다. 더욱이 개별 후보 차원의 야권 연대조차 가로막은 부분은 두고두고 족쇄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이번 총선은 결과적으로 민심이 얼마나 무서운가를 생생히 보여준 것 같다. 현 정권에 대한 분노와 실망을 명확히 표출하면서 야권에 대해서도 각성하라는 신호를 보내면서 정치권 전체에 성찰을 요구했다.
패자는 물론 승자도 민의 앞에 겸허해야 한다는 교훈을 다시 한 번 상기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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