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4,3,화해와 상생의 길은 없는가 ?
입력날짜 : 2012. 02.24. 11:04 모든 일들은 단 하나의 이유에서 비롯된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생각도 못하는 여러 요소들이 맞물려 일어나는 것이다.
다만 그 시기에는 알아채지 못하고 시간이 지난 뒤에야 알아볼 수 있을 뿐이다. 늘 시간은 우리에게 또 다른 렌즈를 제공해 주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지난 시간을 돌아보면 세상 모든 일이 단 하나의 원인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게 된다.
무수히 많은 일과 요소들이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있고 시간이 지날수록 그리고 세상의 무수히 많은 공간과 시간을 마주할 때 마다 그 톱니바퀴들은 점점 더 많아지고 더 견고해지면서 지금의 우리가 있게 하는 것이라고 생각해 본다.
그러고 보면 우리가 가진 각자의 톱니바퀴는 이렇게 돌고 돌다가 기적처럼 맞물리기도 하고 다시 떨어지기도 하는 것 같다.
인생의 톱니바퀴들이 붙었다 떨어졌다 해도 그 끝이 아니라 또 다른 무수히 많은 톱니바퀴들이 돌아가며 또 다른 시작이 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들의 시간은 단절이 아니라 연속으로 남은 이유가 아닐까 싶다.
그러고 보면 주변사람들의 불만을 들어보면 정치가 제대로 안돌아가니까 모든 사회기능이 제대로 안돌아가고 있다고 이구동성으로 불만을 터트린다.
결국 정치의 톱니바퀴가 삐거덕거리고 있다는 소리다. 이를테면 사실에 근거한 역사적인 기록도 집권 정치세력의 헤게모니에 따라 그 진실이 오락가락하는 경우를 우리는 많이 겪어왔다.
이른바 제주도의 눈물이라고 말할 수 있는 제주 4･3사건도 그 연장선에 있다. 지금도 특정 정치 집단이나 관련 특정 단체의 입김에 따라 경도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제주4ㆍ3평화재단 신임 이사장이 보수 성향의 경우회 출신 한 인사를 이사로 선임한 것과 관련, 기존의 일부 이사들과 관련단체들이 반발해 화해와 상생을 바라는 도민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단지 그들의 이념적인 색체와 생각이 다르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실재적 진실을 틀리게 왜곡시킬 의향이 없다면 무엇이 두렵단 말인가?
주지하다시피 제주4ㆍ3평화재단 신임 이사장이 화해와 상생의 정신으로 양쪽을 아우르는 묘책을 제시하는 차원에서 보수성향의 한 인사를 추천했지만 그들의 강력한 반대로 추천된 인사는 스스로 포기하고 말았다.
문턱에도 들어가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고 보면 그만큼 갈등의 골이 깊어 있다는 방증도 된다. '다름'과 '틀림'의 차이에 따른 제주4ㆍ3평화재단의 문턱의 높이는 얼마나 될까?
사실 '화해와 상생'은 4ㆍ3위원회가 4ㆍ3진상조사를 시작하면서 내건 구호였다. 4ㆍ3위원회가 펴낸 두꺼운 백서의 제호도 '화해와 상생'이었다.
그러나 화해와 상생은 책갈피 안에 활자로나 존재할 뿐, 4ㆍ3위원회의 4ㆍ3진상보고서는 일방적으로 우파와 대한민국과 범죄자로 만들고 있다. 화해와 상생 대신에 증오와 저주가 보고서를 채워버린 것이다.
'내 생각과 다르면 틀리다?' 대개 '다름'과 '틀림'을 구분하지 못하는 차이에서 기인한다고 본다. 어쩌면 적이 아니면 동지라는 이분법적 사고방식에 길들여진 탓인지도 모른다. 이론체계는 간결할수록 좋다. 이른바 '오컴의 면도날' 이론이다.
제주4ㆍ3문제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해 본다. 사실은 사실대로, 잘못된 것은 잘못된 것으로 다루어 더 이상 소모적인 논쟁은 접는 지혜짜기에 고민해야 한다.
제주4.3, 화해와 상생의 길은 없는가? 제주4ㆍ3사건은 도민 누구에게나 직간접적으로 연관되어 있는 제주도의 눈물이다. 이 땅은 우리 조상들이 피땀 어린 땅이며, 우리가 나고 자란 생활의 요람이다.
변혁의 폭풍시대에 능동적으로 대처하여 살기 좋은 제주도를 만들어 후손에게 물려주어야 할 의무가 있다. 그 연장선에서 지금은 좌ㆍ우를 아우르는 화해와 상생의 미래지향적인 사고로 거듭나야 한다. 안팎의 사정으로 볼 때 지금이 그 타이밍이라고 생각한다.
제주 / 오을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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