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해군기지와 관광산업
입력날짜 : 2012. 02.23. 09:01 대한민국은 3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반도(半島)국가이다. 그 만큼 바다의 영향력에 지배를 받고 있거나, 받을 수 밖에 없다는 말과 맥락을 같이 한다.
바다는 해군력이 강한 나라에는 튼튼한 방파제 구실을 하지만 해군력이 약한 나라에서는 외적들의 침략 통로가 될 뿐이다.
반만년에 걸친 한민족의 역사에서 이민족의 침략이 모두 930여 차례 있었다. 그 가운데 490차례 이상이 바다를 통한 침범이었다.
특히 일본 식민지배로 이어진 1세기 전 구한말의 외침(병인·신미양요, 운요호사건, 청일전쟁, 러일전쟁 등)은 모두 바다를 통해 시작된 것이었다.
지금 제주해군기지건설을 놓고 반대론자들에 의해 저항을 받고 있다. 반대론자의 반대 명분에는 여러 가지 이유를 내세우고 있다. 그 가운데 가장 핵심적인 이슈가 '제주도는 평화의 섬'이고 '관광지'라는 환경적인 면 때문이라는 논리를 내세워 해군기지 건설을 반대하고 있다. 과연 그럴까?
역사적 사실이나 안팎의 사정을 봐도 그렇다. 백번 양보해서 제주도가 ‘평화의 섬’이므로 군 기지를 건설해선 안 된다면 지금의 제주도는 군대와 전혀 무관한 곳이란 말인가? 그런 논리로 접근해 보면 근대사의 비극인 6·25남침전쟁 중에는 많은 신병을 배출하여 서울 재탈환 등 반격의 발편을 마련하였던 모슬포훈련소의 역할에서도 봐 왔듯이 설득력이 없다.
반대론자들의 '제주 해군기지는 평화의 섬과 어긋난다'라는 주장이 타당성을 얻으려면 김재엽 국방전략대학원 연구교수는 다음의 2가지 조건을 만족시켜야 한다고 했다.
첫째, 중국이나 일본을 비롯한 주변 국가들과의 해양 분쟁 가능성이 없는 가운데 유독 한국만 해군력을 증강하는 경우다.
둘째, 한국 해군이 제주도에 배치하려는 군함들의 규모와 전투력이 주변국들보다 크게 우월해 한국의 일방적 도발에 의한 해양 분쟁이 발생할 수 있는 경우다.
하지만 이들 모두 현실과는 거리가 멀다. 해양 강대국을 자임하고 있는 일본이나 최근 중국의 남방거점 확보를 위한 항공모함 진수, 그 연장선에서 보면 오히려 늦은 감이 없지않다.
그럼에도 반대론자들 주장의 근저에는 반미주의 성격이 깔려져 있다는 사실은 우려할 만하다. '평화의 섬'이라는 타이틀에 직접적으로 원인을 제공한 제주도 역사의 최대 비극인 4·3사건의 경우도 이와 무관치 않다.
사실 반대론자들의 경우 미 군정 시절에 벌어졌던 점을 부각시켜 반미주의적 성격으로 접근하여 정치적으로 쟁점화시켜 왔다.
마찬가지로 제주해군기지 건설도 엉뚱하게 미국의 패권주의의 연장선으로 접근시켜 국가안보와 직결된 국책사업을 물타기 하고 있는 실정이다. 제주 해군기지와 관광산업의 연관성 문제만 해도 그렇다. 예컨대 다분히 군사기지를 혐오시설이라고 간주하는 발상에서 비롯된 것이다.
하지만 미 해군 태평양사령부를 비롯한 대규모의 해군기지가 들어선 하와이, 최근 몇 년 동안 역시 미군의 주력 해·공군 전력이 집중적으로 배치된 괌이 세계적인 관광명소 지위를 지키고 있다는 엄연한 사실을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1941년 12월7일 일본의 진주만 공습 이후에도 하와이는 여전히 세계적인 관광지인 동시에 태평양 지역 미 해군의 핵심이다.
세계적인 미항으로 손꼽히는 호주 시드니, 싱가포르, 이탈리아 나폴리 등의 군항들은 해당 지역의 관광에 장애가 되고 있지 않으며, 오히려 훌륭한 관광명소로 부상했다. 오랫동안 해군 작전사령부가 있었던 진해의 연례 군항제는 군항도 좋은 관광자원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제주해군기지 건설, 누구를, 무엇을 위한 반대인가? 제주 해군기지는 국가 안보와 관련된 국책사업이다. 자국의 안보문제와 직결된 국책사업을 놓고 이렇게 장기간 대립하는 경우는 어느 나라에도 없다. 국가 안보에는 여야가 따로 있을 수는 없다.
실제로 2007년 6월 당시 노무현 대통령은 제4차 제주평화포럼에서 “무장 없이는 평화와 국가가 유지되지 않으며, 제주 해상에서 무력분쟁 사태가 발생할 경우 제주도를 지키기 위해서는 해군력이 필요하다”고 밝힌 바 있다.
지난날 제주도를 ‘세계평화의 섬’으로 선언하고, 국가원수로서는 처음 4·3 사건에 대해 제주도민들에게 공식 사과했던 당사자가 한 말이다.
이는 제주 해군기지가 특정 정파나 특정 군의 이해관계를 넘어 그 필요성을 인정받는 국가안보의 핵심 과업으로서 당위성을 갖고 있음을 증명한다. 제주 해군기지는 해양주권 보호를 위한 가치와 필요성이 명백함에도 오랫동안 각종 오해와 논란으로 그 진행이 지체돼 왔다.
반대 주장 대부분이 타당한 논리와 사실관계를 근거로 하기보다는 자의적이고 음모론적인 의혹 내세우기, 반대를 위한 반대, ‘군대=평화의 장애물’이라는 흑백논리에서 비롯되었다는 점은 제주도 입장에서 보면 불행한 일이다.
이런 사실을 우려한 이명박 대통령은 취임 4주년 기자회견에서 '제주해군기지건설 당위성'에 대한 분명한 입장을 밝혔다.
제주도가 말 그대로 '평화의 섬'으로 거듭나려면 차제에 소모적인 논쟁은 접어야 한다. 더불어 민·군복합형 관광미항이라는 취지에 걸맞게 여기에 포커스를 맞추어 제주관광산업의 미래를 위해 힘찬 나래를 펼쳐야 할 것이다.
제주 /오을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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