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부충생(物腐蟲生)
-성남시시설관리공단 조직진단보고회(?)장 유감-
입력날짜 : 2011. 11.11. 21:36 11일 오후 1시30분부터 3시까지 성남시설관리공단에서 조직진단을 위한 중요한 보고회가 열렸다.
이름하여 성남시시설관리 공단의 향후 중요한 조직 개편 등을 논의하는 ‘성남시 시설관리공단 조직진단 최종보고회’ 자리다.
공단의 바람 잘 날 없는 작금의 현상을 보면서 장차 미래의 발전상을 미리 짐작케하는 용역기관의 보고를 듣고 부족한 부문은 지적을 하여 보완을 하는 등 발전적 토론을 거쳐야 할 자리였다.
그러나 정작 담당 부서장 임원은 물론 담당 팀장까지 자리를 비운 채 공단의 이사장과 사업본부장만 참석한 가운데 보고회가 열린 것이다.
보고회는 2천여만원의 용역비를 들여가며 (재)한국경제조사연구원이 공단의 현 경영조직을 진단하고 개선할 점을 찾아 공단 발전을 도모하고자 마련된 자리다.
동 보고회에 제출된 자료에 의하면 공기업 관련법에 의해 그동안 임원인 경영기획본부장의 지휘를 받는 감사실을 이사장 직속으로 직제를 개편하는 안(案)을 비롯 성남시 재건축, 재개발을 주도할 개발 본부를 신설하는 등 조직의 획기적 변화를 수반하는 경영진단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어 향후 공단 업무 추진의 중요 변수가 예견되는 자리다.
따라서 다른 임직원은 몰라도 공단의 기획을 총괄하는 임원과 실무 팀장이 있어야 할 자리였다.
부득이 건강이 좋지 않아 연차휴가 허가를 받고 불참을 할 수 밖에 없었다면 보고회를 연기하는 것이 업무성격상 정상적인 절차다.
자신의 주머니에서 지출된 비용으로 행사가 치러질 경우에도 그렇게 했겠는가? 하는 반문이 들어가는 것은 바로 그 이유다.
거액의 시민혈세를 들여 벌인 잔치에 정작 주인공 격인 실무진과 부서장이 빠진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이같은 어처구니없는 현상을 바로잡고 유사사례를 방지하기 위해서라도 당사자들은 반드시 해명을 해야 합당할 것이고 더나아가 보고회 기일을 알면서도 연기없이 연차휴가를 냈다면 이는 일종의 개인적인 사보타지 일환으로서 조직기강을 바로 세워야 할 몫은 이사장이다.
회피만 한다고 해서 조직의 발전이 이뤄질 수는 없다.
‘고름은 절대 살이 되지 않는다’는 속담도 있다.
내부의 고름 치유가 안 된다면 결국 외과적 충격요법이나 타인의 손에 의해 수술대에 누울 수 밖에 없는 지경에 이를 수 있다. 다만 시간의 문제다.
물건이 썩으면 반드시 벌레가 생기 듯 약점이 생기면 반드시 외부의 침입이 있게 된다는 뜻의 용어가 물부충생(物腐蟲生)이다.
진(秦)나라 말년, 범증(范增)은 항량(項梁)에게 투항한 뒤 그의 모사(謀士)가 되었고 이후 항량이 죽은 후, 그의 조카 항우가 그를 계승하여 진나라에 대항하였다.
항우는 용맹하였지만 지모(智謀)가 없으므로 주로 범증의 계획에 따라 작전을 수행하였다.
범증은 기회를 엿보던 중 홍문(鴻門)의 연회에서 유방을 죽이려고 시도했으나 실패하고 말았다.
이를 알아챈 유방은 범증과 항우를 이간시키는 공작을 꾸몄고 항우는 이 계략에 휘말려 범증을 의심하며 그를 멀리 하였다.
자신을 멀리 한 항우의 배신감에 범증도 몹시 분개하여 항우의 곁을 떠나고 말았다.
얼마 후 범증은 병사(病死)하였고 항우도 결국 유방에게 망하고 말았다.
송(宋)나라 소식(蘇軾)은 범증론(范增論)이라는 글에서 “범증이 항우의 곁을 떠난 시기가 너무 늦었다고 생각한다”며 “물건이란 반드시 먼저 썩은 뒤에야 벌레가 거기에 생기게 되는 것이고(物必先腐也, 而後蟲生之)…” 라고 밝히고 있다.
이 말에서 물부충생(物腐蟲生:물건이 썩으면 벌레가 생긴다)이라는 용어가 나왔다.
그동안 성남시 시설관리공단의 각종 의혹, 특히 인사 문제에 대해 2차례에 걸쳐 사전 예비감사를 벌여온 감사원이 11월 24일 공단을 대상으로 인사문제 전반에 대해 집중적인 본 감사를 실시할 것으로 알려졌다.
공기업 관련법에 조직의 CEO에게 속해야 할 감사기능이 그동안 시설관리공단은 임원에게 속해 있었던 자체가 잘못 끼워졌던 단추라 조직진단 보고서에서 CEO에게 속하도록 바로잡는 안(案)이 도출 된 것이다.
감사원 감사결과 노사화합 등 공기업의 표상으로 전국 공기업이 벤치마킹까지 할 정도로 명성을 쌓아온 성남시 시설관리공단이 감춰진 물부충생(物腐蟲生)이었다는 평가가 나온다면 있어야 할 자리에 있지 아니한 안이한 근무태도가 일조(一助)를 하지 않았으리라는 보장도 없다.
있어야 할 자리에 있는 사람 중에 항상 곁에 없어서는 안 될 긴요한 인물을 약롱중물(藥籠中物. 唐書 秋仁傑專)이라 하고 있어야 할 사람 중에 나에게 해를 끼치는 사람 즉 있어서는 안 될 사람을 안중지정(眼中之釘. 新五代史 趙在禮專)이라 한다.
물부충생(物腐蟲生)을 치유 할 인물이 누구일 까?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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