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S 동아방송(Dong-A Broadcasting System)

서울시 공무원, 25년 장기민원 풀어내
- 분양권 사기 피해보상 호소하던 박모씨 설득해 특별 분양아파트 공급

25년간 서울시 주택국에 매주 2~3회씩 출근하다시피 방문, 자신이 사기를 당한 ‘딱지(분양권)’에 대한 피해보상을 호소하며 송파구 올림픽선수촌아파트 및 빌딩을 요구해 왔던 박모씨가 담당 공무원의 끈질긴 설득과 노력 끝에 특별분양아파트를 공급받고 마침내 민원이 종결된 사례가 있어 눈길을 끈다.

1980년대 초는 아파트가 아직 귀하던 시절, 서울시에서 공급하는 특별공급아파트는 대단지에 기반시설도 잘 갖추어졌기 때문에 가격상승의 가능성이 높아 인기가 많았으며, ‘딱지(분양권)’에 대한 투기가 사회문제로 자주 대두했다.

1983년 민원인 박모씨는 도봉구 무허가건물 철거보상으로 서울시가 교부한 입주권을 본인 명의로 1매, 친척명의로 1매, 총 2매를 브로커 조모씨로부터 1,260만원을 주고 구매했다.

하지만, 입주권 2건이 모두 이중(二重) 매매된 것으로 드러나면서 입주권을 둘러싼 25년간의 기나긴 민원(투쟁)의 역사를 시작하게 된다.

입주권 2건 중 본인 명의 입주권은 이미 다른 사람에게 명의가 넘어간 일명 ‘물딱지’로 판명됐고, 친척명의로 구입한 입주권은 다른 권리자인 김모씨와 ‘공동권리’가 있다고 1986년 법원은 판결했다.

물딱지는 이후 입주권 명의변경 절차를 이행하라는 소송을 제기했으나 기각됐고, 친척 명의로 구입한 입주권은 공동권리자인 김모씨에게 7백만원을 얹어 주기로 하고 소유권을 확보하게 됐다.

이에 서울시는 1990년 12월 민원인 박모씨가 비록 친척 명의로 입주권을 구매하였으나 아파트를 공급하기로 하고 특별공급아파트를 신청하도록 안내했다.

하지만 박모씨는 물딱지 구매로 인한 손해 입주권 확인 재판으로 입은 피해보상을 주장하면서, 특별분양을 하지 않는 잠실 올림픽선수촌아파트 135㎡형을 요구해 왔다.

박씨는 서울시 제시안을 받아들이지 않고, 그 동안 입주권 구매비용에 따른 이자지급 명목으로 올림픽선수촌아파트에 더하여 빌딩까지 요구하였다. 계속되는 박모씨의 청사 방문과 민원편지에 구청과 서울시에서는 아예 동일 반복민원으로 간주해서 일체 답변을 하지 않음을 통보하기도 했다

이후 서울시 주택국을 수시로 찾아와서 하소연을 하거나, 서면 민원을 제기했다.

하지만 민원 내용은, 변함없이 그동안 자신의 손해를 보전할 수 있도록 올림픽아파트를 주거나, 최초에 본인이 브로커에게 구입한 분양권을 모두 인정해 달라는 내용이었다.

서울시 주택국 주택정책과 담당 공무원(팀장 박중권, 직원 오명식)들은 박모씨가 이 민원으로 겪은 고통을 더는 방안을 모색, 며칠에 걸쳐 서고를 뒤져 그 동안의 사연과 박씨 관련 재판기록, 행정서류들을 찾아보고 시에서 공급하는 국민주택 특별분양을 받도록 설득했다.

철거민 특별분양제도가 폐지되면서, 기존 특별분양 대상자를 대상으로 마지막 특별분양지구 신청을 받게 됐는데, 이 기한까지 신청하지 않으면 앞으로는 동 제도가 폐지되어 영원히 분양권을 받을 수 없었기 때문에 사안의 다급함을 알리고, 기존의 주장을 철회, 특별분양을 신청하도록 박모씨와 가족들을 끈질기게 설득했었다.

박씨는 25년간의 민원에 대한 애환이 떠오를 때면 분양권을 최소한 2개는 주어야 한다면서도, 지난 10월31일 마지막 날 민원인 박모씨의 가족이 와서 특별분양 지구를 신청했다.

지구 추첨은 예정대로 11월 11일에 실시되어 25년간 끌어온 장기민원이 마침내 종결됐다.

주택정책과 박중권 팀장은 “민원인의 고달픈 25년을 생각하니 해결의 기쁨을 안겨주고 싶었다”며 “25년이란 긴 시간 반복적으로 계속된 고질적 민원을 남의 일처럼 생각했다면 결코 끝날 수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이경문기자kmrh@dbstv.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