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S 동아방송(Dong-A Broadcasting System)

“아무리 각박한 세상이라도 이럴수가 있습니까. 부(富)에 눈이 어두워 자라나는 어린이들에게 이러한 고통을 주는 행위는 법을 떠나 포항시민의 이름으로 반드시 응징해야 합니다”

뙤약별이 내려쬐는 구획정리공사현장에서 피켓을 들고 울분을 토하는 효자초등학교 학부모들의 표정은 비장한 결심이 서려 있었다.

이들을 먼지속의 땡볕으로 끌어낸 이면에는 정말 기막힌 사연이 있었다.

포항의 관문인 효자지역에 건설되고 있는 SK건설의 대규모 아파트건설현장이 성토를 하는 과정에서 학교담장보다 높게 성토해 학교전체가 구덩이 속에 파묻히다시피 돼 버렸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고 보니 장마철 약간의 비에도 운동장이 물에 잠기는가 하면 평소에는 35도를 오르내리는 무더위 속에서도 먼지 때문에 교실창문을 열지 못해 찜통수업에 어린이들이 기진맥진해 있다.

아이들의 하소연이 학부모에게 알려지면서 학부모들은 잃어버린 학습권 되찾기에 나서 교육환경개선을 요구하는 집단시위에 연일 나서고 있으나, 시 당국과 교육청 등 관계기관과 SK건설 구획정리조합측은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차일피일 서로 떠넘기기에만 급급하고 있다.

아니 여름방학이 되길 기다리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효자초등학교 이전신축은 구획정리사업 이전인 10여년전부터 조합과 교육청이 계획을 세웠으나, 조합집행부와 시공사가 몇차례 바뀌면서 방치돼 왔다.

거기다가 현 집행부와 교육청이 재건축비용문제로 줄다리기를 하고 있고 이를 중재해야 할 시 당국은 남의 일로 강건너 불구경하면서 오늘의 사태를 가져오게 된 것이다.

취재팀이 찾은 현장은 한마디로 기가막히는 모습 그대로였다. 구획정리 성토작업은 마치 흙으로 학교를 뒤덮어 버릴려는 상식밖의 현장이었다.

조합집행부나 SK건설 현장직원들의 아이들이 이 학교에 다니고 있다면 과연 이렇게 공사를 강행할 수 있었겠는가 하는 의구심이 날 정도였다.

건물과 운동장 등 학교전체가 지하 2m아래 지어진 것과 똑 같았다. 학교 블록담장은 마치 성토작업을 도와주는 옹벽역할을 충실히 하고 있었다.

보다못해 지난 29일 학교에 집결한 학부모들은 ‘엄마 전학가고 싶어요’ ‘물바다 섬 효자초등’ 등의 피켓을 들고 거리시위를 벌이면서 SK건설과 구획조합에 대책을 촉구했으나, 이들에겐 우이독경에 그쳤다.

시위현장에서 만난 이학교 운영위원회 이화자 위원장(41)은 “어린이들이 찜통수업에다 등하교때 예상되는 사고위험까지 참아왔는데도 사업자와 시공사가 아무런 대책없이 무성의로 일관하면서 이제는 학교마저 묻어버릴려는 상식밖의 행위는 절대 묵과할 수 없다”며 “곧 대규모 집회를 열어 이를 규탄하겠다”고 밝혔다.

또 다른 학부모는 “시당국과 시의회, 교육청은 진상조사에 착수하고 이에 대한 제대로 된 해결책을 하루빨리 찾아야 한다”고 촉구하기도 했다. 아무튼 이번 사건은 법의 테두리에서 벗어나 자라나는 2세들의 배움터를 이렇게 훼손해도 되느냐는 측면에서 어른들의 각성이 요구되는 것이어서 씁쓸한 느낌을 준다.

/박두원 DBS경북동부권취재본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