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개봉한 정윤철 감독 작품 <좋지아니한가>(감독: 정윤철/출연: 천호진, 황보라, 김혜수, 유아인, 박해일/ 제작: 무사이필름/ 배급: CJ엔터테인먼트)의 미스터리 3인방을 공개한다! 바로 정윤철 감독과 황보라, 박해일이 바로 그들. 속을 알 수 없는 그들의 표정과 말투, 행동들이 호기심을 불러 일으키며 영화의 재미를 한 단계 더 업그레이드시켰다.
<좋지아니한가>에서 미스터리 소녀 ‘용선’ 역을 맡은 황보라. 큰 눈과 두툼한 입술, 생긴 것만큼이나 독특한 세계관을 가진 황보라는 영화 속에서도 뚱한 표정과 엉뚱한 말투로 영화에 재미를 불어 넣는다. ‘왜 사랑하지도 않으면서 한집에 모여 사는지, 사람이 쪽팔려서 죽을 수도 있는지’ 모든 것이 궁금한 미스터리 소녀. 영어시간에 국어 맞춤법을 질문하고, 노래방에서 막춤을 춰가면서도 엄마에게는 여유롭게 독서실에 있다는 거짓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내뱉는 ‘용선’ 역에 황보라 만큼 어울리는 배우는 없을 것이다. 기자시사회 무대인사에서 떨리는 소감을 ‘안녕히 계세요’라는 말로 대신하고, 개봉 무대인사에서 3.1절 기념 ‘대한독립만세’를 외치는 등 극중에서나 극 밖에서 돌발 언행을 일삼는 그녀의 귀여운 엉뚱함에 주변인 모두 두손 두발 다 들었을 정도. 황보라의 독특한 매력이 자연스럽게 녹아 들어간 그녀의 연기는 스크린 데뷔란 것이 무색할 정도로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우주는 왜 생겼고, 사람은 왜 태어났는가? 어디로 가는가? 달은 왜 떠있는가?’를 고민하며 회원이라곤 달랑 한 명뿐인 미스터리 추적 동아리를 운영하는 영화특별반 선생 ‘경호’. 4차원의 세계에서 온 것만 같은 이 캐릭터를 위해 박해일은 제멋대로 자란 더벅머리에 도무지 컨셉을 알 수 없는 독특한 옷차림으로 등장해 보기만 해도 절로 웃음을 자아내게 한다. 시나리오를 읽자마자 미스터리한 캐릭터 ‘경호’ 역에 반해버렸다는 박해일은 “경호 역할이 너무 마음에 들어요. 딱 내 스타일이에요. 숨겨진 나의 이면이라고나 할까? 다음엔 경호가 주인공인 영화가 나왔으면 좋겠어. 그땐 내가 꼭 주인공 할거야!”라는 의미심장한 말을 남겼다고. 게다가 박해일은 촬영 내내 우스꽝스러운 가발과 의상을 매우 즐겼으며, 촬영이 끝난 후에도 가발은 본인이 소장하고 싶다는 말은 남겨 미스터리의 절정을 보여줬다고 한다.
전국 500만 관객 가슴에 감동을 선사한 <말아톤>의 정윤철 감독. 그가 수많은 시나리오를 물리치고 <좋지아니한가>를 선택한 것은 예상치 못한 행동이었다. 장외 홈런을 날린 <말아톤>의 감독이라면 차기작으로 흥행이 보장된 안전한 작품을 선택했을 터. 그러나 정윤철 감독은 독특하고 엉뚱한 가족이야기를 그린 저예산의 <좋지아니한가>를 들고 나와 주변을 깜짝 놀라게 했다. 하지만 더 놀라운 사실은 그의 장래희망이 ‘과학자’였다는 사실. 과학자의 꿈을 키워오다가 영화 감독으로 데뷔한 정윤철 감독을 두고 ‘미스터리하다’라고 말하는 데 이견을 둘 수 없을 것. 극중 박해일이 맡은 미스터리 선생이자 열혈 영화학도 ‘경호’ 역을 두고 ‘정윤철 감독 본인 캐릭터 아니냐’는 얘기가 나온 것도 어쩌면 자연스러운 결과라고 하겠다. 영화를 위해서라면 밤샘을 마다하지 않고 몇 날 며칠을 작품에 골몰하는 모습이 보통의 열정과 체력으로는 감당하기 어려운 일. 정윤철 감독의 범상치 않은 사고와 영화에 대한 애정이 지금의 ‘정윤철 감독’을 만든 것이다.
<좋지아니한가>는 공통분모 제로, 어쩌다 한집에 같이 살고 있는 가족이 쪽팔려서 죽을뻔한 공동의 위기에 처하게 되는 상황을 그린 코믹 드라마. 고개 숙인 아빠(천호진), 허리띠 졸라맨 엄마(문희경), 전생에 왕이었다고 생각하는 아들(유아인), 존재 자체가 미스터리 한 딸(황보라), 묻어가는 백수 이모(김혜수)까지 평범함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코믹하고 엉뚱한 가족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 개봉 2주차에도 인터파크와 씨즐에서 예매 1위에 오르는 등 뒷심을 발휘하며 흥행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한신나 기자 sore00@dbstv.co.kr